난치성 조현병이란?
난치성 조현병이란 서로 다른 두가지 종류의 항정신병약물을 충분한 기간동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지칭합니다. 일반적인 선입관과 달리 많은 조현병 환자들은 첫 발병시 치료를 잘 받으면 상당수가 증상이 회복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증상완화 이후 본인 스스로 약물사용을 조정하거나 임의로 복약을 중단하는 경우 재발의 위험이 높아지며 2-3번의 재발 이후에는 증상의 호전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많은 만성 조현병 환자들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며 지속적인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어 병원의 입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약물치료를 시도해보거나 보조적인 신경조절치료를 기존 약물치료에 더하여 추가로 시행하면 지금보다 증상이 좀 더 개선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비록 오랜 치료를 통해 더이상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라도 환자 본인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를 위하여 조금 더 노력을 해보면 좀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난치성 조현병의 치료목표는 질병의 완치 보다는 증상의 완화와 기능수준의 개선을 통하여 입원을 최소한으로 하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데 있습니다.

난치성 조현병 사례
사례 1
현숙(가명)은 44세 여자환자로 27세경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10여 차례 입·퇴원을 반복한 환자이다. 초기에는 입원치료 후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았고 증세가 호전되어 잘 지냈으나 본인이 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투약을 거부하였고 몇 달 뒤 재발을 하였다고 한다. 외래치료를 통한 약물치료 지속에 대해서 부모와의 다툼이 잦았으며 그럴 때마다 재발과 입원을 반복하였다. 최근에는 귀에서 누군가 자꾸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간섭하는 소리가 들리고 통신회사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 치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호전되지 않았으며 약물을 증량해도 잠이 많이 오고 멍한 증세만 심해질 뿐 더이상 증세가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치료저항성 조현병의 정의
난치성 조현병은 단순히 오랜기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충분한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한채로 불충분한 치료를 지속하다가 난치성 조현병으로 오인되고 더이상의 치료적 노력을 하지 않고 입원해 있는 분도 흔합니다. 난치성 조현병의 정의는 상당히 많이 혼재되어있으나, 저희들은 TRRIP의 가이드라인을 따릅니다.
- 충분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20%이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
- 충분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 충분한 치료적 용량으로 6주 이상 사용한 경우
- 클로르프로마진 등가용량으로 600mg 이상 사용한 경우
-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항정신병약물 사용에 실패한 경우
- 치료기간 중 80% 이상 약물을 충실히 복용한 경우
위의 정의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우리는 충분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적 반응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그 다음 치료방법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난치성 조현병의 특성
일반적으로 조현병은 대뇌 선조체에서 도파민 분비의 과잉이 관찰되고 이것이 망상 및 환청의 원인이 된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난치성 조현병 환자들은 도파민 분비가 증가되어있지 않고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반면 전측대상회의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증가되어있고 전두엽 피질의 두께가 특별히 더 얇아져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반적인 도파민 수용체 차단을 목표로하는 항정신병약물의 치료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또한, 무분별한 항정신병약물의 남용은 도파민 수용체의 과민감 상태를 유발하며 많은 약물을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초래합니다.
난치성 조현병의 치료
현재까지 난치성 조현병 환자의 치료제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약제는 ‘클로자핀’ 입니다. 하지만 클로자핀은 여러가지 혈액학적 부작용으로 인하여 규칙적인 혈액검사를 반드시 해야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클로자핀을 투여해야하는 경우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희들은 환자분들을 위하여 엄격한 혈액학적 모니터링과 함께 클로자핀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난치성 조현병의 치료로 항정신병약물 이외에 여러가지 부가적인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많은 보고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NMDA 수용체에 작용하는 토피라메이트, 라모트리진 같은 약제도 있으며 D-세린, 글라이신 같은 약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약제들은 기존의 도파민 계열의 항정신병약물로 극복하기 어려운 음성증상을 개선하는데 일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비 약물적 중재방법으로 경두개직류자극술과 경두개자기자극술과 같은 치료법이 있으며 이러한 치료법은 이미 난치성 환청 등에서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분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물치료 이외에도 여러가지 치료적 접근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중 대인관계 훈련, 사회인지기술 훈련, 인지기능 재활 등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나 낮병원 치료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속적인 교육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환자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서 치료효과가 가변적일 수 있으며 환자에 맞춘 적절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난치성 조현병 코호트 프로그램
저희 클리닉에서는 글루타메이트–도파민 기반 바이오타이핑을 위한 신경발달장애 코호트 프로그램과 양전자 단층촬영 및 핵자기공명분광술을 이용한 도파민–글루타메이트 신경회로 기반 치료저항성 조현병의 조기진단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코호트 프로그램 및 연구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주기적으로 다양한 임상평가, 뇌영상, 뇌파, 인지기능, 설문평가 등을 통하여 정확한 자신의 상태에 대하여 정밀진단을 받으며 이에 기반한 모니터링 결과 및 맞춤형 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희 클리닉에서는 코호트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피험자분들에 한하여 무료로 MRI 등의 뇌영상 검사 및 인지기능 검사가 제공됩니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본인의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 수 있는 레포트를 주기적으로 제공받고, 별도의 핫라인을 통하여 개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